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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부랴부랴 문서 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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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2022 New 2022. 5. 24.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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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론에서 통상 ‘북한에 피살된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라고 부르는, 2년 전 47세로 생을 마감한 이의 친형 이래진입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동생이 왜, 어떻게 죽음을 맞았는지를 알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으나 여전히 그 답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리하여 중앙일보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국민께 다시 호소합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파악한 상황은 무엇이었으며, 정부 책임자들이 동생의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습니다. 그래야 제 동생도 늦게나마 저승에서 편안히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의 설명과 제가 사고 현장에서 수색을 하면서 알게 된 동생의 참사 경위는 이렇습니다. 2020년 9월 21일 새벽 12시 50분쯤 어업지도선 조타실에서 나감, 당일 오전 11시쯤 배에서 사라진 것 확인, 소연평도 해역에서 실종된 것으로 추정, 23일 오후 3시 35분쯤 북한 해안 경비정에 의해 체포, 약 6시간 뒤 북한 해역에서 피살. 간략한 타임라인만 봐도 30시간가량의 해상 표류 시간이 있었습니다. 체포 뒤 죽음까지 6시간의 ‘골든 타임’도 있었습니다.



북한에서 피살된 전 해수부 공무원 이모씨가 탔던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

근거 없는 월북 주장은 인권침해

실종이 확인된 순간부터 북한에서의 체포가 확인됐을 때까지 우리 군의 수색 작업이 어떻게 전개됐는지 알아야겠습니다. 언론 보도와 관련 책임자의 국정감사장 발언 등에 따르면 제대로 된 수색 작업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 정보기관이 감청을 통해 북한이 체포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부터 정부가 동생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취한 조처 역시 특별한 게 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동생이 북한 해역에서 무참히 살해된 뒤 해경과 군 당국은 "실족, 극단적 선택, 자진 월북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두 명확한 근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극단적 선택이나 자진 월북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1년 7월 이러한 해경과 군 당국 발표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근거가 불충분한 주장'이라는 결정문을 냈다는 겁니다. 사건 발생 당시에도 약간의 시차를 두고 우리 정부가 "북한군이 총격 후 화형으로 동생을 살해했다"고 발표했는데, 도대체 왜 그런 섣부른 추측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자국민이 생명을 부당하게 빼앗긴 상황에서 왜 해경과 군 당국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를 했을까요.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정감사 등에서 해군작전사령부 작전2차장으로부터 동생이 북한에 체포돼 바닷물 속에 몸이 있는 상태로 7∼8㎞를 끌려가는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북한 해역이라 구조 작전을 펼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끌려가는 도중에 숨졌든, 북한군 총격 때문에 숨졌든 뻔히 상황을 알고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은 우리 정부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 정권 마지막 날 법원 자료도 회수

그래서 저는 지난해 1월 13일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청와대가 어떤 보고를 받았고, 또 어떤 조처를 지시했는지를 공식 국가 문서를 통해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차 심리는 7개월 뒤인 8월 20일에서야 이뤄졌습니다. 피고(정부) 측은 재판에서 "수사 중이다" "군사기밀이라 국가안보에 문제가 있다" "남북평화 프로세스가 깨질 수 있다" "주변국과의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북한에 피살된 전 해부수 공무원의 유가족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행정법원의 1심에서 "국방부를 제외하고 해경·국가안보실 정보는 유가족에 공개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항소했고, 지금도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정부 측은 법원에 제출했던 국가안보실 자료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다며 모두 회수해갔습니다. 이 자료와 함께 정부가 법정에 제출하지 않은 다른 정부 문서 모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됐다는 이야기를 기자들로부터 들었습니다. 어떤 문서는 향후 15년간, 또 어떤 문서는 30년간 봉인된다고 합니다. 이대로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문서들이 묻혀버리는 셈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7월 25일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한 재판에서 패소하면 "항소를 자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청와대는 이를 무시하고 정보공개청구 소송 일부 패소에 항소로 대응했습니다. 심지어 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엔 동생 죽음과 관련한 정보가 담긴 문서를 부랴부랴 수거하고 봉인해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넣어버렸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할까요? 그 안에 꼭 감추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 전 대통령 등 직무유기 고발 준비

앞서 언급했듯이 국가인권위는 정부 발표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를 지적했지만, 그동안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그 어떤 정부 고위 관계자의 사과도 없었습니다. 사과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조차 없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서 조카(피살된 동생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내가 직접 챙기겠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지금 직무유기 또는 살인 방조 행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문 전 대통령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을 형사 고발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정보라고 해도 고등법원의 판결이 있으면 열람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를 비롯해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처를 다 할 것입니다. 아버지를 잃은 두 조카 중 초등학생인 둘째는 최근에야 아빠의 죽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도 저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한풀이로 비치진 않았으면 합니다. 다른 국민이 유사한 일을 당했을 때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동생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을 정부가 인지한 뒤에도 왜 북한에 송환 요청을 안 했는지, 그 결정에 누가 관여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문재인 정부가 봉인한 대통령기록물 안에 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대통령기록물이 진실 은폐 수단인가

대통령기록물 지정 제도가 진실 은폐 수단으로 악용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합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그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을 때는 정직하게 실패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정신입니다. 국민께 호소합니다.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주십시오. 좌·우, 보수·진보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문제가 아닙니다. 힘 있는 자가 말 없는 죽음의 진실을 감춘다면 자유와 정의는 설 곳이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 1월에 북한에서 피살된 전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을 만나 위로하는 모습. 오른쪽은 그 아들이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기록.


모든 국민이 자유국가의 일원이라는 믿음을 회복하고 싶습니다. 제 동생의 가족과 제가 국가로부터 보호받는 자유인이 되는 날을 간절히 바랍니다. 정의와 상식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전 후보자 신분일 때 저와 두 차례 만났습니다. 당시 정부의 행적을 담은 문서가 공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봉인된 기록을 꺼낼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법이 열람을 허용할 때 하루라도 빨리 집행되도록 해주십사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만약 전 정부 관계자들을 고발하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이뤄지도록 도와주십시오. 저와 제 동생 가족 모두 자유민주주의 법치국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래진 북한에서 피살된 공무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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